"말"
5월호"말"
5월호
권두 릴레이 사이버 노동도서관 운영자 이관희
"정보의 共有(공유)가 노동운동의 地平(지평)을 넓힌다"
둘이사네(2244)는 이관희씨의 사이버 별명이다.
여기서'둘이'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말한다.이 별명은 노사간의 평화를 념원하는 생활 신조 이기도 하다.그는 97년 11월부터 직접 제작한 사이버 노동도서관(http://www.labor.or.kr) 에서 그 신조를 실천하고 있다.
사이버 노동도서관에는 단행본,논문,대법원판례,용어해설 등 노동관련자료가 가득하다.뿐만 아니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관련단체들의 홈페이지와도 연결되어 있다.이곳을 방문하면 한두번 클릭으로 어렵지 않게 원하는 노동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난 4월2일 신대방동에 있는 [사]경실련-하이텔 정보교육원으로 그를 찾아 갔을 때,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노동도서관에 자료를 입력하고 있었다.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료를 정리하는 솜씨가 어느 젊은 웹마스터 못지 않다.인터넷이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노동정보를 공유하는 게 노동운동을 한단계 높히는 길이죠.그게 민주화를 이끄는 길이기도 하고요.다소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이 복지와 생활및 노동관련자료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해 노동도서관으로 들어가면 노동경제학,노동운동,노무관리,노동문화,노동생활등등의 노동정보가 10개 항목에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다.이 분류표목은 그간 1975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재직할 당시 발간한 '한국노동관계문헌목록'을 참조했다.주제별로 분류해 놓은 노동 관련 판례들도 이용자들에겐 요긴한 정보다.
이밖에 노동용어사전,노동칼럼 등도 눈 여겨 볼 만하다.15년동안 꾸준히 익혀온 컴퓨터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사이트는 한국통신 인터넷[kornet]에서 최초로 칭찬한 홈페이지 기도하다.이곳엔 현재까지 약 4만여명이 방문했고 요즘엔 하루에 200명 정도나 드나든다.
이씨가 노동도서관을 만들게 된 계기는 그의 이력과 관련이 깊다.그는 60년대 초 대전방직에서 임시노무직 창고지기로서 일하며 '노동운동'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후 70년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김낙중씨 등과 함께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서 근무했지요.그땐 동아일보노동조합을 만든다고 이부영씨등도 찾아오곤 했지요"
추억의 앨범을 들춰보듯 과거를 떠 올리던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흥분된다면 태이불위에 녹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 앉혔다.
그 당시 5년여의세월을 전국도서관을 누비며 엮은 "한국노동관계문헌목록"이 계기가 되 국회도서관에 행정사무관으로 임관됐다.그때부터 95년까지 22년동안 노동부공무원으로 근무해 왔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 꼬리를 만저본 셈이지요"
정부가 그동안 노동자들을 대해왔던 태도를 생각하면,공무원이란 노동자에겐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그래서인지 그는 공무원사회를 호랑이 굴로 표현했다.그는 그 '호랑이 굴'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애써왔다.
"89년도에는 거제도 대우조선에서 파업이 있을 때,노동부 충무지방사무소장을 맡았지요.그때 파업여파로 퇴사당한 노동자들이 40여명 있었는데 제가 관계기관을 설득해서 전원복직을 시켰습니다.대립과 응징의 방법밖에 없었던 당시의 노사관계를 상호보완적으로 부드럽게 전환시킨 사례로서도 처음있는 일입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대립만 하던 노사관계의 방향모색을 대 전환시킨 획기적인 방법은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개선에 첫 모델이 되었던 것이다.
84년에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특별 조치법에서 노조활동을 금지하는 악법을 폐지시키는 일을 스스로 기안하여 세상 시끄럽지 않게 슬그머니 해 치운 것이라 던지, 86년도 노동연수원에 근무할 때에는 김윤환, 한상진, 임종률 교수 등등 당시로서는 경계하던 이른바 민주인사들을 초청해 근로감독관과 노동부 중견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시켜 일지기 민주화를 지향한 노동행정의 첫 발걸음을 시작해 왔고 이는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대단한 모함이 아닐 수 없었으나 지난해 노동부가 박노해씨를 초청 강연을 듣게된 일들은 이때부터 이미 노동부공무원들의 의식변화가 그 바탕이 되어 있었다는 점을 짐작해 사실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87년 의정부 노동사무소 보상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원진래인온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직접 취급,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인정해 준 사례는 누가 무모하리 만큼 용기있는 판단이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윗사람 눈치만 봐야하는 공무원사회에서 소신껏 일하게 되면 곧 미운털이 박혀 출세에 지장이 없을 수 없었는데 그는 정년퇴임때까지 만년사무관이었다.
40여년 가까이 노동관련일을 해 오고 있는 그는"우리나라 노동문제는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 있다 "고 평가한다.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별 진전이 없이 일진일퇴를 되풀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그래서 노동정보의 공유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정보를 함께 가져야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고 봐요.정보를 공유하면 경영도 투명해 지고 그만큼 원시적인 분쟁도 줄어들 수 있지요.게다가 좀더 지혜로운 노동운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그의 저서 "노동쟁의 권모술수"는 책 이름과는 달리 군사정권하 한국의 특수한 노동환경에서 지혜롭게 해결하는 비법을 강조했다는 점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았고, 그의 환갑기념으로 출간한 수필집'윗니없는 황소'는 그의 일상생활과 풍부한 경험을 명경지수처럼 펼쳐 놓았다.
그는 [사]경실련-하이탤 정보교육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교육이사로 매월 1천여명의 교육원 졸업생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정보화사회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맞춤해서 교육프로그램을 짜는데 그의 해박한 공무원 이력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한다.
또한 틈나는 대로 노동비사도 정리하고 있다.그동안 제대로 평가가 않되 흑백이 섞인 우리나라 노동사 편찬에 대한 야심을 서서히 지피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하는 정보 공개라는 게 많이 가질수록 많이 베푸는 것인 만큼 그 야심 역시 혼자서 챙길 것 같지는 않다.그래서 인지 그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노동도서관을 둘러보다 만난 글귀가 다시 떠 오른다.
"노동정보화운동은 노동민주화의 첫걸음이다."-